『사기』의 모든 내용과 의미는 거미줄처럼 긴밀히 얽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대상을 향해 귀결된다. 바로 인간과 역사 속에서 '인간작용'이다.
특히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작용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데, 그 작용이야말로 변화와 개혁의 원동력이며, 인류 진보의 버팀목이다. 『사기』연구에서 절대적인 부분이 '열전'에 집중되었던 까닭이 바로 『사기』가 초지일관 '인간'과 그 역사적 작용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역사적 사실을 앞에 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했다.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했고,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했다. 나아가서는 사실의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인간의 거대한 힘과 역사의 법칙을 체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어떤 체제로도 포섭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체제의 『사기』가 창조됐다. 그 창조성은 영원한 부가가치를 담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기』는 영원히 죽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록수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3천 년, 130편의 방대한 기록인 『사기』는 접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재미를 찾기란 더욱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수 교수는 20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중국에서 직접 취재하고 정리한 내공을 바탕으로 『사기』의 역사적 팩트를 마치 소설처럼 읽기 쉽게 해설해주고 있다. 우리 삶의 상식이라고 정의 내려진 사실조차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저자의 해석이 감탄하게 된다. 사마천보다 더 사마천스럽다고 할까? 사마천만의 해학과 재치가 담긴 역사 평가를 깊이 이해하는 김영수만의 스토리텔링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박경리 작가는 토지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마저 병으로 잃게 되자 고뇌와 인고 끝에 사기史記를 쓴 중국의 사마천을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궁형宮刑인 거세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도 의연하게 동양역사서의 근본이라는 사기를 쓴 사마천의 용기와 모습을 본 받아 불어 닥친 절망의 늪에서 자신의 건재를 위해 가슴 속에 뭉친 글자 하나하나를 토해내듯 쓴 토지는 박경리의 삶과 문학세계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읽으면서 ~
'자기계발 >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인도의 법칙 (0) | 2022.04.06 |
---|---|
칭기즈칸은 “밖으로나가자”는 꿈으로 세계를 정복하였다 (0) | 2022.04.01 |
명재상 안자의 '촌철산인' (0) | 2022.03.30 |
랜디 포시, 시한부의 사람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0) | 2022.03.29 |
노멀리치(Normal Rich) 평범한 부자되기 (0) | 202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