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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독서노트

명재상 안자의 '촌철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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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인데 다시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갖지 않고 읽기도 가능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이 각 열전마다 파트별로 되어 있어 시간날 때 읽으시면 될 듯 합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내용은 이 책중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를 위해 마부가 되어 채찍을 드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안자를 흠모한다.
권62권 [관안열전] 중 안자에 대한 사마천의 논평

『사기』의 백미는 전체 130권 중에서 70권을 차지하는 열전이다. 열전의 첫 권은 지조를 위해 굶어 죽기를 택한 백이와숙제 형제의 이야기이며, 두 번째 권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 었던 관중과 안자의 숨은 일화를 기록한 「관안열전」이다.

안자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도 살펴볼 예정이며, 여기서는 그의 유머와 관련된 일화를 잠깐 소개할까 한다. 안자는 이름이 영(蘡)이었기 때문에 '안영'이라고도 한다. 태어난 해는 확실치 않으며 기원전 500년에 세상 을 떠났다. 공자가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공자보다 10여 년 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자는『논어』에서 “안평중은 사람들과 잘 사귄다. 오래 사귀어도 '경의'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공이장」편). 다른 기록들에서도 공자는 '안자'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에 안자는 공자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 너무 말만 앞세운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서 혹자는 좋은 말은 공자가 다 했지만 안자는 몸으로 실천함으로써 두고두고 본받아야 할 표준이 되었다고 평한다.

이제『사기』「관안열전」에 기록된 안자의 모습을 간략하게 스케치해보겠다. 안자는 기원전 567년 제나라에 망한 래(莱)나라의 이유(지금의 산 동성 고밀현)지방 출신으로 제나라에서 영공, 장공, 경공 세 국군을 섬겼다.(경공을 섬긴 기간이 48년으로 가장 길고 그와 관련된 일화가『안자춘추』에 잘 실려 있다. 근검절약하고 힘써 일했기 때문에 제나라에서 크게 쓰였다. 재상이 된 뒤에도 식사 때는 고기반찬이 한 가지를 넘지 않았고 안사람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임금의 통치가 제대로 시행될 때는 명령에 순종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명령의 옮고 그름을 가려 실행 하니, 세 명의 국군을 모시면서 제후들 사이에 크게 명성을 떨쳤다.
『사기』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안자춘추』를 비롯한 다른 기록들을 살펴보면 안자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뛰어 난 유머리스트였다. 특히 통치자의 그릇된 행동이나 명령을 절묘한 충고 로 바로잡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그의 충고에는 지혜가 충만해 있었다. 또한 발랄하고 유쾌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익살이 들어 있어 통치자가 마음 상하지 않고 흔쾌히 충고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지혜 속에 번득이는 유머 감각이라 할 수 있고, 유머 속에 번득이는 지혜의 칼날이라 고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안자의 유머는 ‘촌철살인'이란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린다.

촌철살인’이란, 글자대로 풀이하면 ‘한 치도 안 되는 쇠붙이로 사람을 찔러 죽인다’는 뜻이지만’짤막한 말한마디로 상대

의 속내를 꿰뚫어 제압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촌철살인의의 유머를 동반한 안자의 언변은 다른 나라의 외교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데 당시 남방의 강대국 초나라게 사신으로 갔을 때의 유명한 일화를 먼저 소개한다. 안자가 외교 사절로 남방의 강대국 조나라를 방문했다. 초나라 영왕은 왜소하고 못생긴 안영을 깔보았다. 그래서 그에게 모욕을 주기로 작정했다. 연회가 시작되고 술이 몇 잔 돌았을 때였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초나라 병사가 오랏줄에 묶인 웬 남자 하나를 끌고 들어왔다. 도둑질을 하던 이를 잡아왔는데, 알고 보니 제나라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초왕은 거만한 자세로 제나라 사람들은 질이 나쁘다고 말하며 안자를 경멸의 눈초리로 내려다보았다.

초왕의 천박한 의도를 단번에 간파한 안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더 할수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로 변한다더니, 원 래 순박하고 착한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으로 변했습니다그려! 조나라의 풍토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다니요”라고 반박했다. 초왕은 겉으로는 껄껄 웃으며 안자를 칭찬했지만 속으로는 안자의 통렬한 반박에 속이 뜨끔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로 변한다’는 중국의 속담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환경이 바뀌면 사물이나 사람의 성질도 바뀐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안자가 48년을 모신 경공은 술을 몹시 좋아했다.『안자춘추』에 보면 안자가 경공의 음주에 대해 충고하는 장면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한번은 경공이 거나하게 술에 취해서는 “오늘은 대부들과 술 마시는 것이 즐거우니 서로 예를 차리지 맙시다”라고 제안했다. 이 말에 안자는 얼굴색을 바꾸며 이렇게 대꾸했다.

“임금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신하들은 원래 임금께 예의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힘 센 자는 힘으로 그 윗사람을 이길 수 있고 용감한 자는 그 임금을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란 것이 있어 그렇게 못 하는 것입니다. 짐승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범합니다. 그래서 날마다 우두머리가 바뀌지요."


하지만 경공은 술에 취해 안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뒤 임금이 자리를 뜨는데도 안자는 일어서지 않았고 다시 들어올 때도 일어서지 않았다. 그뿐만아니라 술도 자기 혼자 먼저 마셔버렸다. 경공이 화가난 얼굴로 안자를 노려보며 방금 전에는 예를 없애서는 안 된다더니 어째서 그렇게 무례하게 구냐고 따졌다. 안자는 자리를 고쳐 앉으며 절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임금께 올린 말을 잊겠습니까? 다만 예를 없앴을 때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

경공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술잔을 세 번 돌린 다음 자리를 물렸났다. 안자는 말로 안 될 때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인자의 유머가 다른 유머리스트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일화는 안자의 뛰어난 언변과 함께 단호한 일처리 방식을 잘 보여준다.
경공이 한겨울에 황금 끈에 은과 옥 장식을 단 무거운 신발을 신고 조회에 들어왔다. 신발이 어찌나 무거운지 겨우 발을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안자를 맞이한 경공이 “날씨가 춥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무슨 이유로 날씨가 추우냐고 물으십니까? 옛 성인들은 겨울에는 가볍고 따뜻하게, 여름에는 가볍고 시원하게 의복을 제정 했습니다. 그런데 임금께서는 한겨울에 금과 옥으로 만든 신을 신고 계시니 차가움이 더할 수밖에요


그런 다음 안자는 추위와 더위도 가리지 못하고 무겁고 가벼운 것도 헤아리지 못한 채 그런 신발을 만든 노나라 공인에게 벌을 내리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공인의 죄목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바른 생활을 해쳤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입니다. 상식에 어긋나게 신을 만들어 제후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죄입니다. 재물을 쓰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백성들의 원망만 샀으니 이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경공이 용서하라며 공인을 두둔했으나 안자는 단호하게 “자신의 몸을 수고롭게 하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후한 상을 내리고, 몸을 수고롭게 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무거운 죄를 물어야 합니다”라고 말한 다음 공인을 추방시켜 버렸다.
한겨울에 무겁고 차가운 신발을 신고 와서는 날씨가 춥지 않으냐고 묻는 경공에게 안자는 먼저 왜 그런 말씀을 하느냐고 되받아쳤다. 그런 신발을 신었으니 당연히 춥지 않으냐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한 템포 늦추어서 왜 날씨를 묻느냐고 반문하여 기분 상하지 않게 경공의 주의를 끈 것이다. 그런 다음 안자는 생활의 리듬과 상식 그리고 재물의 낭비를 지적하며 결국 주변국의 멸시와 백성들의 원망으로까지 문제를 확대하여 경공을 설복시켰다. 작고 가벼운 것으로 시작하여 크고 중요한 문제로 대화의 주제를 상승시켜나가는 안자 특유의 화술이었다. 그 과정에서 안자는 유머는 물론 비유와 과장을 적절하게 구사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논지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다음은 안자가 일단 임금을 속이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 다음 어떻게 그 상황을 수습해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이다. 안자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경공이 아끼고 예뻐하던 첩 영자가 죽었다. 경공은 사흘이 지나도록 밥도 먹지 않고 애첩의 시체를 지켰다. 엉덩이 살이 문드러지도록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하들이 통사정을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보다 못한 안자가 경공을 찾아가 어떤 술사와 의사들이 죽은 영자를 살릴 수 있다고 하더라는 소식을 전했다. 귀가 번쩍 뜨인 경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자는 그자들을 불러 시험해보라고 권하면서 “하지만 그럴 경우 임금께서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주변을 깨끗이 한 뒤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한 다음 병자(죽은 영자)가 있는 궁궐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경공은 좋아라 하며 안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사이 안자는 관을 들여 영자의 시체를 염하게 했다. 염이 끝난 뒤 안자는 경공에게 “그자들도 도저히 고칠 수 없다고 하기에 염까지 마치고 이렇게 보고드립니다”라고 시치미를 뗐다’ 경공이 얼굴을 붉히며 의사를 핑계로 애첩의 시신도 못 보게 하고 염하는 것도 알리지 않았으니 자신은 이름뿐인 허수아비 임금이라며 성을 냈다. 그러자 안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이 부분은 다소 길기때문에 쉽게 축약하여 전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임금 혼자만 모르신단 말입니까? (…) 지금 썩어가는 시신을 두고 일상생활을 멈추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행동에 상처를 주며, 슬프다고 하여 천성에 해가 가게 했으니 임금이 잘못입니다. 그러니 조문을 온 제후들의 빈객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길 부끄러워하고, 우리 신하들은 자신들의 직무를 부끄러워합니다. 임금의 행동을 떠받드느라 백성을 이끌지 못하고, 임금의 욕구를 채워주느라 나라를 지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신이 썩어 가는데도 염을 하지 않는 것을 육시(시체를 욕보인다는 뜻)라 하고, 냄새가 나는데도 거두지 않는 것을 진자(썩은 고기를 진 열한다는 뜻)라 합니다. 백성이 비난하는 일을 하면서도 첩의 썩은 시신을 들여놓고 있으니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들과 제후들의 빈객이 밖에 있으니 이제 곡을 하시되 절도 있게 하십시오.


경공은 부끄러워하며 안자의 말을 따랐다. 이 소식을 들은 공자는 "별이 아무리 빛나도 달빛이 밝게 비치는 것만 못한 법이다. 작은 일을 아무리 많이 성취해도 큰 폐단을 하나 없애는 것만 못한 법이다. 군자의 그릇됨이 소인의 옳음보다 낫다 하였으니 이는 안자를 두고 한 말이구나"고 감탄했다. 군주의 뜻을 어기고 속이기까지 했지만 그것이 결국은 군주를 옳은 길로 인도했으니 훌륭한 행동이라는 칭찬이 었다,
사마천은 안자는 임금에게 충고할 때도 임금의 얼굴빛에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온몸을 바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참여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초연했던 안자의 풍모를 이 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험담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덕담을 안자에게서 배우게 된다. 여기에 유머는 필수불결한 요소다. 안자의 유머를 보면 ‘유머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상대방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뜻을 키운다. 그런 점에서 안자의 유머는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는 이치와도 통한
다. 물은 새지만 결국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다.


 

「사기」소리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가 시합을 벌이는 날이었다. 저녁 시간에 벌어지는 경기였고 비도 오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어떤 사람은 아르헨티나 국기 모양으로 만든 옷에 발자국을 찍어 상대편을 밟아버리고 우리나라가 이길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고, 어떤 사람은 라디오를 통해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라는 노래를 신청하며 우리나라의 승리를 기원했다. 둘 다 월드컵 중에 일어난 해프닝, 하나의 유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얼굴을 찡그리게되는 것과 웃음을 머금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직선의 유머이고 무엇이 곡선의 유머인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례였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읽는 中

책 내용을 필사하면서 읽었다.


출처: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김영술 지음/황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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