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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이어리/국내여행

삼봉의 품에 안긴 꽃의 바다, 단양 도담정원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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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의 웅장한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 그 아래, 바람에 일렁이는 꽃의 물결이 나를 반겼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본 풍경은 그 어떤 사진보다 생생했다. 충북 단양의 보물, 도담정원이다.

주민들의 손길로 피어난 4만㎡의 꽃 정원

도담정원은 화려한 홍보나 비싼 입장료를 내는 관광지가 아니다.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도담삼봉을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만든 살아있는 정원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작은 프로젝트는 이제 4만㎡ 규모의 장관을 이루며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버려진 유휴지였어요."
정원 한켠에서 만난 지역 주민 김씨의 말이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계절마다 꽃을 심고 가꾸다 보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네요."

그의 주름진 손에는 여전히 흙이 묻어있었다. 화려한 꽃밭 뒤에 숨겨진 정성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6월의 도담정원, 천 가지 색으로 물들다

6월의 도담정원은 그야말로 절정이다. 캘리포니아양귀비의 선명한 주황빛이 바람에 일렁이고, 보랏빛 잉글랜드양귀비가 그 사이를 수놓는다. 하얀 안개초는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듯 부드럽게 정원을 감싸고, 파란 수레국화와 노란 유채꽃이 색의 향연을 완성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끈끈이대나물이다. 이름처럼 줄기에 끈적한 물질이 묻어있어 작은 곤충들이 달라붙기도 하는 이 식물은, 도담정원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화들이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매년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게 이 정원의 매력이에요."
단양을 세 번째 찾았다는 여행자 박씨의 말이다.
"작년에는 없었던 꽃들이 올해는 피어있고, 같은 꽃이라도 해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계절마다 찾게 되네요."

도담정원에서의 완벽한 하루를 위한 팁

도담정원을 방문한다면 아침 일찍, 혹은 늦은 오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한낮의 강한 햇살보다는 아침이나 저녁 무렵의 부드러운 빛이 꽃밭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한다. 특히 석양이 삼봉의 바위에 물들 때, 꽃밭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풍경은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답다.


정원 입구 근처에는 지역 농산물 판매장과 간이 먹거리 장터가 있어 출출함을 달랠 수 있다. 단양의 특산품인 마늘과 고추를 활용한 간식들은 여행의 맛을 더해준다. 또한 주말에는 지역 예술인들의 거리 공연도 열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꽃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은 색소폰 연주가 너무 좋았어요. 꽃향기와 음악이 어우러진 그 순간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삼봉이 품은 꽃의 정원, 지금이 절정

도담정원은 7월 31일까지 개장 예정이지만, 꽃의 절정은 바로 지금이다. 이번 주말부터 만개하는 꽃들의 향연을 놓치지 말자. 화려한 조명도, 인공적인 장치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특별한 이곳. 도담삼봉의 웅장함과 꽃밭의 섬세함이 만나는 이 아름다운 대비는 어떤 사진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단양 도담정원은 자연과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작은 기적이다. 삼봉의 품에 안긴 꽃의 바다에서, 잠시 일상을 잊고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6월의 마지막 선물, 도담정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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